<조선도회(朝鮮圖繪)>

17세기 후반-19세기, 종이에 엷은 색, 30.8 x1446 cm, 교토대학부속도서관 다니무라문고(谷村文庫) ⓒ京都大學附屬圖書館 


부산 절영도(絶影島)의 옛 모습과 왜관의 각종 행사, 그리고 왜관에서 생활한 주변인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린 두루마리 그림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도회>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장면들을 선정하였습니다. 

동래부사가 대마도(對馬島)의 참판사(參判使)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왜관의 동관(東館)과 서관(西館), 동래부사 일행의 행렬, 일본인들이 호랑이와 메추리를 사냥하는 장면 등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풍속화와 기록화의 성격을 모두 가지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에는 한국과 일본인들이 함께 둘러앉아 향연을 즐기고 있는 장면을 그려, 두 나라 간의 화합과 교류의 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선도회>의 다양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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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부사(東萊府使) 행차


<조선도회>에는 동래부사가 동래읍성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그려졌는데, 가마에 탄 인물이 동래부사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래부사는 조선에 온 일본 사절단을 직접 응대하고 외교관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책무를 맡았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조정하고 왜관의 각종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자리인 만큼, 인품과 학식을 겸비한 인물이 동래부사에 임명되었습니다. 



용두산(龍頭山)과 동관(東館)


왜관은 용두산을 중심으로 동관(東館)과 서관(西館)으로 구분되었는데, 여기서는 동관이 먼저 그려졌습니다. 동관의 여러 건물들의 외관이 이름과 함께 기록되어 있어 당시 왜관 거주민들의 생활공간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중앙의 시대청(市大廳)에서는 매월 3일과 8일 개시(開市)가 열려 조선의 역관과 상인, 그리고 일본인이 한데 모여 교역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술집이나 다다미 가게, 두부집과 같은 상가명이 쓰여있는 건물들이 보입니다. 동관 앞에는 파도를 막는 돌 무더기와 일본 배들이 정박해 있고, 그 왼쪽에는 지금은 사라진 용미산(呼崎)이 그려졌습니다.


호랑이 사냥


'중산호수(中山虎狩)', 즉 중산(용두산)에서의 호랑이 사냥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일본인들이 징을 울려 사냥을 알리고 북을 치면서 호랑이를 몰아넣거나 칼과 도끼, 창 등으로 호랑이 2마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그렸습니다.

 

일본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상 호랑이가 식생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왜관에 온 일본인들에게 호랑이는 난생 처음 보는 낯선 동물이었을 것입니다.

반면 조선의 민간에서는 호환(虎患, 호랑이 피해)이 자주 일어났으며, 왜관에도 호랑이가 내려오는 사건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기도 하였습니다. 조선의 호랑이 가죽(호피)은 일본에서도 인기있는 수출품이자, 조선에 온 일본사절단이 가져가는 필수 예물 중 하나였습니다. 


메추리 사냥


초량왜관 건물을 나서면 번소(伏兵番所)가 있고 그 옆으로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초량원(草梁原)에서 메추리를 사냥하고 있는 일본인과 조선인들의 모습입니다. 

Y자 형태의 큰 새총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며, 사냥개 3마리도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관수가(館守家)의 잔치


벚꽃이 핀 계절에 대마도 참판사가 동래부사를 초대하여 관수가에서 연회를 베푸는 장면입니다. 벚꽃나무 밑에서 자리를 펴고 무언가를 적고 있는 조선인과 이를 지켜보는 일본인, 관수가 건물 안에서 먹고 마시는 사람들, 모여 앉아 각자 놀이와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양국의 사람들이 격식 없이 교류하는 화합의 장을 마지막에 그림으로써 또 다른 한일 교류의 장을 제시하였습니다.


*관수가(館守家): 왜관의 책임자가 거주했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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